주로 혼자 달리기를 좋아하는 편입니다. 최근에 사람들과 함께 달려보기 시작했어요. 시간도 맞춰야하고 속도, 방향, 거리 등등 모든걸 내 마음대로 할 수 없으니 불편해요. 그런데 거기서 오는 묘한 만족감 같은것이 있네요. 나란히 같은 방향을 달리며 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나누고,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헤어지는 정도인데 뭐랄까 나쁘지는 않은 느낌이에요. 좀 더 달려봐야겠습니다.
다산생태공원을 처음 가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북한강과 남한강이 만나는 남양주 조안면에 위치한 공원이에요. 주차를 하고 산책로를 지나면 고고히 흐르는 넓은 강 너머 낮고 부드러운 능선들이 펼쳐집니다. 지나칠 정도로 아름다워 현실이 아닌 것 같았어요. 한국의 자연이라는 느낌이 너무나 와 닿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가까이 있어도 되는걸까. 인적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곳에 숨어 평생 한 번 정도만 갈 수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조선 양반들의 버킷리스트가 금강산 구경이었던 것처럼요. 이런 아름다움을 삶 속에 구현할 수 있다면 참 좋을텐데. 어쩌면 인간의 영역은 아닐지도 모르겠어요.
창의력은 무에서 나오지 않는다는 말에 동의하시나요? 피카소의 훌륭한 예술가는 베끼고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스티브 잡스의 창조란 그저 여러 가지 요소를 하나로 연결하는 것이다. 저는 이런 말들에 매우 공감하는 편입니다. 들어오는 것이 있어야 나가는 것도 있다고 생각해요. 예전에 꽤나 바쁜 회사에서 직장 생활을 하며 난감했던 부분 중 하나였어요. 새로운 것을 만들기는 해야 하는데 일에 치여 평소에 넣은 것이 없으니 그 때 그 때 레퍼런스를 찾아 따라하게 되더라고요. 피카소처럼 원본을 모를 정도로 완전히 내 것으로 소화하는 창작이 아닌 베끼는데 급급하는거에요. 지금의 일을 하면서는 전시와 페어를 찾고 관련 매체들을 보며 가능한 넣는데 투자를 하고 있습니다. 대단한 창작을 하는 것은 아니지만 들어간 것들이 내 안에서 지도처럼 쌓여 방향을 찾게 해준다고 느낍니다. 이런 활동들이 일이면서 취미로 하나가 된다는게 공예의 장점인듯 해요.
권녕미 작가님의 흑토 굽높은디저트볼에 큰 사이즈가 추가되었습니다. 소는 한 손으로 들기 좋은 아담한 크기였는데 추가된 중은 높이는 같으면서 폭이 넓어 식탁 위에 놓고 쓰기에 적당해요. 먼저 소를 사용해주신 고객님이 차오라 홈페이지에 다양한 음식에 활용도가 높다는 리뷰를 남겨주셨습니다! 권녕미 작가님의 작품은 하나하나 손으로 새긴 조각 문양이 특징입니다. 형태는 부드러우면서 칼선의 날렵함을 함께 보실 수 있어요. 모든 작품 마다 각기 조금씩 더 휘어지고 꺾기며 불규칙함 속에 사람의 손이 주는 따듯함을 담고자 합니다.
아마 2,3년 전 일텐데 장한나 작가님의 작품을 흥미롭게 본 기억이 납니다. 우연히 찾은 해변에서 이상하게 생긴 돌을 발견하면서 작업이 시작되었다고 해요. 플라스틱, 비닐, 스티로폼 등이 풍화되고 흙에 덮여 겉으로 보기엔 마치 돌과 같이 변해 있는 모습을 인간과 자연이 만든 새로운 돌멩이 ‘뉴락’으로 명명하고 채집, 전시하는 작품입니다. 뭔가 이상하면서도 자연스럽고 심지어 아름답기도 합니다. 독특한 방식으로 현대 문명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여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러면서 이 작업은 이대로 어느 정도 완결되어 확장 가능성이 크지는 않을것 같다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 뉴락을 더 많이 채집하는 것으로 작업도 더 커지진 않을테니까요. 그런데 얼마 전 전시에서 뉴락에 더 하여 함께 살아가는 동물들의 이야기, 영상, 사진 등의 다양한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내가 했던 생각은 아주 얕은 기우였구나. 창작자에게는 정말 무한한 가능성이 열려 있구나 싶습니다. 사진은 강유단 작가님의 흑유 몽돌 접시 입니다. 차오라의 작가님 작품들 중에서 돌멩이를 주제로 한 유일한 작품이라 골라봤어요.
지역의 정체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저는 제가 살아가는 곳에 의미 부여를 하는 편이에요. 애착을 가지고 좋아하는 곳에 살고 싶다는 바램이 있습니다. 얼마 전에 차오라가 위치한 하남에 오래 사시며 지금도 사업을 운영하는 분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지역에 애정이 크고 뭔가를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진 분이었어요. 그런데 그러려면 가장 중요한 하남만의 개성이나 정체성이 무엇인지는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 하시더라고요. 서울의 몇 몇 동네, 이천이나 부산처럼 분명한 특성이나 역사적 맥락이 있지 않는 이상 많은 지역이 비슷하지 않을까 싶어요. 서로의 지향점이 통하여 즐거운 대화였는데 그만큼 고민도 많아지는 중입니다.
내일부터 이천 도자기 축제가 열립니다. 그리고 다음 주부터는 광주와 여주에서도 연이어 축제가 시작돼요. 서울 동남쪽에서 서로 연결되는 광주, 이천, 여주는 한국을 대표하는 도자기벨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선시대 왕실의 가마가 있던 광주를 시작으로 유적과 사료들이 남아 있는 역사적 도자기 생산지입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많은 공방에서 도자기를 빚고 있는 현대적 공간이기도 합니다. 직업 상 매년 축제를 찾는데 코로나를 거치며 규모가 많이 줄어 아쉬웠어요. 우선 이천은 예전의 분위기를 거의 회복한 느낌입니다! 지역 공방에서 제작한 도자기와 명장들의 작품 전시, 아이들이 참여할 수 있는 체험과 행사도 열리니 봄나들이로도 좋아요. 예스파크의 다양한 도자기 매장들을 볼 수 있다는 것도 특징이에요. 차오라의 라기환, 민승기, 장훈성, 심사영, 김은호 작가님도 참여하십니다. 광주와 여주는 축제 규모는 작지만 도자기 박물관, 미술관이 함께 있는 것이 장점이에요. 축제 기간은 이천 4월 25일 ~ 5월 6일, 광주 5월 3일 ~ 5월 15일, 여주 5월 3일 ~ 12일입니다.
우울한 음악이어서 블루스가 되었다는 설이 있군요. 재밌게 읽은 소설의 주인공이 블루스를 좋아하기에 오랜만에 다시 듣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특유의 끈적끈적함이 그다지 끌리지 않았는데 나이를 더 먹어서인지 묘한 끌림이 있네요. 역사를 찾아보니 흑인 음악의 원형이자 재즈, 록앤롤의 형제라고 합니다. 3가지 장르는 서로 겹치기도 하고 공통점이 많죠. 그럼에도 분위기는 꽤 달라서 재즈가 자유로움, 록앤롤이 열정이라면 블루스는 개인의 감정에 깊이 침잠해가는 느낌이 들어요. 미묘한 차이로 서로 다른 음악이 되는 것이 흥미롭습니다. 마치 도자기와도 비슷하죠. 마지막으로 제 취향의 추천은 로이 부캐넌과 로니 얼입니다.